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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정보

최초의 물감, 물감의 변천사 | 알타미라 동굴 벽화 & 라스코 동굴 벽화까지

by 샨티하 2024. 5. 23.

오늘날 우리는 쉽게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튜브형 물감과 붓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의 물감이 나온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오래전 초기 예술가들이 사용했던 최초의 물감, 물감 변천사 살펴봅니다.

 

최초의 물감

 

최초의 물감 재료는 광물의 분말이었습니다. 초기 예술가들은 돌에서 색을 취했는데, 돌을 빻아 곱게 가루로 만든 뒤 동물 지방이나 계란 흰자, 또는 식물즙 등을 섞어 물감으로 사용했습니다.


돌이나 흙의 종류만큼이나 색 또한 다양해, 점토에서는 붉은색, 노란색, 갈색을 취하고, 백악(白堊. 석회질암석)에서는 흰색을, 그을음이나 숯에서는 검은색을 얻었습니다. 놀랍게도 구석기시대의 벽화로 추정하는 알타미라 동굴벽화와 라스코 동국벽화에서도 이러한 색조가 발견되어 경이로움을 줍니다.

 

알타미라 동굴 벽화와 라스코 동굴 벽화

 

그렇습니다. 채색이 사용된 가장 오래된 예는 알타미라 동굴 벽화와 라스코 동굴벽화입니다.

동굴벽화에서의 색은 나무를 연소시킨 후, 뼈와 백아(白亞)에서 뽑은 황색과 다색(茶色)을 고운 흙과 섞어 사용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알타미라 동굴벽화

 

알타미라 동굴벽화는 1879년 스페인 북부 알타미라 동굴에서 발견된 구석기 후기의 벽화입니다. 수천 년 전 구석기 인들이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 그리고 수천 년 동안 보존돼 왔다는 사실 모두 경외롭습니다.


특히 알타미라 동굴 벽화는 벽면의 요철을 이용해 빨강과 검정의 농담으로 입체감을 표현하고, 점묘법을 사용하기도 해, 동굴 벽화 중에서도 작품성이 뛰어난 것으로 손꼽힙니다.


소재는 들소, 사슴, 멧돼지 등이며, 크로마뇽 인의 작품으로 봅니다. 이러한 동굴벽화는 그림의 소재에서 알 수 있듯 사냥감이 많이 잡히기를 바라는 주술적 성격이 강합니다. 무엇보다 수천 년 전 구석기 인들의 예술 솜씨를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벽화 -황소



라스코 동굴벽화

 

라스코 동굴벽화는 프랑스의 도르도뉴 지방에 있는 동굴의 벽화로 1940년에 발견되었습니다. 이 역시 구석기시대의 유적으로 추정합니다.


말 · 사슴 · 들소 등 100 여 점의 동물상이 빨강 · 검정 · 노랑 등으로 채색되어 있습니다. 라스코 동굴 벽화에 보이는 각종 동물 그림 역시 사냥의 성공과 풍요를 기원하는 주술적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프랑스-라스코 동굴벽화
프랑스-라스코 동굴벽화

 

물감의 변천사

 

돌을 빻아 색을 얻는 광물성 안료, 즉 무기안료는 은폐력이 크고 변색이 적으며 열에 강한 성질이 있습니다. 그러나 유기성 용제인 물 · 기름 · 알코올 등에 녹지 않으며, 유기안료보다 착색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광물성 안료는 불순물이 많고 색도 선명하지 못합니다.


사람들이 색소를 얻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함에 따라 색의 종류도 다양해졌습니다. 이제 돌과 흙에 전적으로 의지하던 시대는 지나,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물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짙은 푸른색을 띠는 '인디고(Indigo)'는 인디고 식물의 잎에서 추출했습니다. 이는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로마인 그리고 남미의 잉카족들이 즐겨 사용하던 색입니다.

 

 

또한 고대 그리스와 로마인들은 초록색을 만들기 위해 녹청을 이용했습니다. 녹청은 구리가 산화할 때 표면에 생기는 녹을 말합니다. 한편 붉은색이 도는 '카민(carmine)'은 연지벌레에서 추출한 것입니다.


이 밖에도 색소를 얻는 방법은 다양하였는데, 그중 가장 독특한 방법은 인도에서 개발된 '인디아 옐로'였습니다. 인도인들은 '인디아 옐로(India yellow)'라는 색을 만들기 위해 소에게 망고를 먹였습니다. 이는 노란색을 띠는 망고 과육을 먹은 소가 노란 오줌을 누기 때문입니다. 이 오줌에서 추출한 색이 바로 인디아 옐로입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후에 소의 건강에 해롭다는 이유로 금지되었다고 합니다.


그 외 짙은 푸른색을 띠는 울트라마린은 아프가니스탄에 매장된 청금석이라는 푸른색 돌에서 추출했으며, 오렌지빛이 도는 붉은색 광명단은 오븐이나 아궁이에 넣어 가열한 납에서 추출했습니다.


검은색을 띠는 프룻 스톤 블랙은 체리, 복숭아, 대추야자 씨를 태워서 추출했고, 장밋빛이 도는 색 브라질은 남아메리카에서 수입한 활엽수의 분말에서 추출했습니다.


또한 갈색을 띠는 미라는 고대 이집트 미라에서 떼어낸 몸의 일부를 갈아 색소로 사용했다고 하니 과거, 색소를 얻는 방법은 정말 놀랍습니다. 이렇게 만든 색소에 맥주나, 초, 물을 섞으면 물감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러다 18세기 초, 마침내 베를린에 사는 어느 염색가가 최초로 인공 안료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다양한 화학 물질을 섞어 '프러시안 블루(Prussian blue)'라는 색을 창조한 것입니다. 오늘날에는 다양한 색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져 색의 선택폭이 넓어졌습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사용했던 천연 무기 안료

적색 : 적토(赤土)에서 채취하는데, 특히 강원도 양양 지방의 붉은 흙을 주토(朱土)라 하여 으뜸으로 쳤습니다. 그 외 중국에서 수입한 붉은 벽돌 분말도 사용하였습니다


백색 :
백토(白土) 또는 백묵(白墨)에서 채취하였으며, 강원도 방산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이 유명해 방산백토라고 하였습니다.


황색 :
등황, 치자, 송화분 등에서 채취했는데, 등황을 중국에서 수입해 사용하기도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치자가 많이 생산되었기 때문에 주로 치자를 사용하였습니다.


청색 :
중국에서 코발트 안료를 수입하여 사용하다가, 조선 중기 이후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토청(土靑)에서 추출해 썼습니다. 한편 청색을 내던 것 중 남(籃)은 군청색의 하나인데, 쪽(마디풀과의 한해살이풀)에서 추출해 사용하였습니다.


흑색 :
검은색을 내는 데는 먹(墨)을 사용하였습니다. 우리나라 먹은 예로부터 유명하여 『일본서기(日本書紀)』에는 고구려왕이 담징을 일본에 파견하여 제지법과 제묵법을 전하였다고 하는 기록이 있습니다.

 

 

유화물감의 발명

 

1400년대 이전, 유럽의 많은 화가들은 달걀 템페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달걀 템페라는 빻은 돌가루에 계란을 섞어 물감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달걀 템페라의 문제는 건조 속도가 매우 빨라 어떤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플랑드르의 화가 얀 반 에이크(Jan van Eyck, 1398~1441)는 템페라화 중 하나가 물감이 마르면서 금이 가기 시작하자 안료에 오일을 섞어 보았습니다. 그러자 건조 속도가 느려졌을 뿐 아니라, 그림이 갈라지는 현상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물감을 여러 번 덧칠할 필요 없이 얇게 칠하면서도 색에 깊이감을 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5세기와 16세기에 걸쳐 화가들은 오일을 사용해 그림에 다양한 효과를 연출했습니다. 캔버스에 물감을 얇게 바르는 대신, 붓질이 그대로 보일 정도로 물감을 두껍게 바르는 방법도 이 즈음 시작되었습니다.


오늘날에 와서는 유화 물감을 묻힌 팔레트 나이프로 두껍게 칠하는가 하면 다시 붓으로 얇게 칠하는 등 다양한 기법을 연출합니다.

 

물감의 종류

 

수채화 물감

색소 가루에 점착력이 있는 고무를 섞은 물감으로, 고무는 물과 섞이면 묽어지는 성질이 있습니다. 하여 수채화물감은 색이 맑고 투명합니다. 물감을 칠해도 종이의 결이 그대로 비칩니다. 그에 비해 불투명한 성질의 구아슈와 포스터물감은 상대적으로 더 두껍게 발라지고 색도 진하게 표현됩니다.

 

유화 물감

색소 가루에 오일을 섞은 물감으로 오일은 대개 아마인 유를 사용하지만 양귀비나 호두에서 짜낸 기름을 대신 쓰기도 합니다.

 

파스텔

색소 가루에 물과 석고 혹은 오일과 석고를 섞은 후, 막대 모양으로 굳힌 것이 파스텔입니다.

 

아크릴 물감

색소에 아크릴 수지를 섞은 물감으로 현대에 와서 만들어졌습니다. 건조 속도가 빠르고 갈라지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장점이 있으며, 색이 선명하고 점착성이 강해 캔버스뿐 아니라 가죽, 석고 등 재질에 상관없이 다양한 겉면에 바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붓의 변천사

 

물감을 다루는 김에 붓에 대해서도 간단히 정리해 봅니다.

초기 예술가들은 작은 가지나 갈대로 간단한 붓을 만들어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따금 손을 이용하거나 속이 빈 긴 관과 같은 도구에 입김을 불어넣어 그림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고대 이집트인들도 갈대로 붓을 만들어 사용했는데, 갈대의 한쪽 끝은 압착해 '솔'을 만들고, 맞은편 끝은 실로 묶어 손잡이를 만들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사람들은 동물의 털을 이용해 붓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빳빳하고 질긴 붓은 돼지의 억센 털로, 부드러운 붓은 오소리나 검은 담비의 가는 털을 이용했습니다.


오늘날에는 붓의 재료로 천연 털보다는 수명이 오래가는 나일론을 주로 사용합니다. 한편 붓의 모양도 다양해져 솔이 납작한 붓은 넓은 면을 칠할 때 유용하고, 솔이 둥근 붓은 선을 그릴 때 좋습니다.

 

마치며

 

최초의 물감과 알타미라 및 라스코 동굴벽화, 그리고 물감의 종류와 변천사까지 알아보았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그림을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시원(始原)'을 거슬러 올라가 보는 재미가 있어 짚어 보았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문득 알타미라 동굴벽화, 라스코 동굴벽화 보러 가고 싶어 지는군요. 원시의 예술,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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